생명 희생하며 대피 방송한 25세 日 여성

  •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 입력 : 2011.03.15 10:10 / 수정 : 2011.03.15 10:37

     

    살아남은 자 중에 그는 없었다. 20대 중반. 꽃다운 나이의 여성이었다. 쓰나미가 오던 와중에도 그는 마을사람을 위해 대피방송을 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난민대피소 생존자 명단에 없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이었다.

    “빨리 도망쳐 주세요. 빨리 도망쳐 주세요.”
    대지진이 강타한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 마을. 이 마을 동사무소 위기관리과 직원으로 일했던 미키(未希·25)씨는 쓰나미로 검은 파도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던 순간까지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이번 쓰나미로 이 마을 주민 1만7000명 중 절반이 넘는 1만 명이 실종됐다. 미키씨가 대피방송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주민이 실종됐을 터였다.
    살아남은 한 동사무소 직원(33)은 “지진이 발생하고 약 30분이 지난 뒤, 높이 10m에 이르는 해일이 동사무소를 덮쳤다”고 했다. 바로 그 순간까지 미키씨는 대피방송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미키씨가 남아 방송을 하던 방재 대책 청사는 순식간에 붉은 뼈대만 남았다.

    애절한 마음으로 이 마을 대피소 생존자 명단에서 딸의 이름을 찾던 미키씨의 어머니 엔도 미에코(遠藤美惠子·53)씨는 눈물을 머금었다. 엔도씨는 “딸이 끝까지 소리를 쥐어짰을 것”이라고 했다. 살아남은 직원 중 한 명이 엔도씨에게 “미키씨가 (쓰나미에) 쓸려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엔도씨는 “이제는 틀렸다”고 중얼거렸다.

    하가 타에자씨(61)씨는 미키씨의 방송 소리를 들으며 휴대전화 하나만 달랑 들고 차에 올라탔다고 했다. 정전으로 교통신호등은 이미 꺼졌고, 주변 도로는 교통정체가 심했다. 겨우 높은 곳에 올라섰을 때 해일은 주변 가옥 등을 삼키고 있었다.

    하가씨는 대피소 생존자 명단 앞에서 떠날 줄 모르던 미키씨의 어머니 엔도씨 손을 꼭 잡았다.
    “따님 목소리가 쭉 들렸습니다.”